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서소문 고가도로 일부가 무너지며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60대와 50대 남성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은 가슴 아픈 사고였는데요. 평소처럼 일터에 나섰던 분들이 변을 당하셨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당하신 분들의 빠른 쾌유와 가족분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1966년에 지어진 이 노후 고가도로는 사실 오래전부터 철거가 결정돼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이 드신 분들 계실 겁니다. "도시들은 도대체 왜 멀쩡해 보이는 고가도로를 굳이 돈 들여 뜯어내려는 걸까?" 단순히 "낡아서 위험해서"만은 아닙니다. 이번에 ABC 타이어에서 그 속사정을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 고가도로는 한때 '도시의 정답'이었습니다
고가도로는 1960~1980년대식 도시 해법이었습니다. 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니, 복잡한 교차로 위에 도로를 하나 더 얹어 막힌 흐름을 뚫자는 발상이었죠. 당시로서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기대했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커졌다는 점입니다. 우선 고가도로는 도시를 물리적으로 갈라놓습니다. 다리 밑에는 어둡고 시끄럽고 걷기 불편한 공간이 생기죠. 상권은 뚝 끊기고, 동네와 동네 사이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세워집니다. 차는 쌩쌩 지나가지만, 정작 사람은 머물고 싶지 않은 공간이 되는 겁니다.

# '뚫어주면 더 막힌다'는 도로의 역설
두 번째 이유는 좀 의외이실 수 있습니다. 고가도로의 교통 해소 효과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고가를 새로 만들면 처음엔 차가 시원하게 빠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길이 좋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차가 몰려듭니다. 결국 병목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교차로나 진입로로 옮겨갈 뿐이죠. 도시 전체로 보면 "막히는 위치"만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로를 늘릴수록 차도 따라 느는, 이른바 '유발 수요(Induced Demand)' 현상입니다.
세 번째는 안전과 비용 문제입니다. 오래된 고가도로에는 콘크리트가 부서져 떨어지는 박락(剝落, 콘크리트 표면이 벗겨져 떨어지는 현상), 철근 부식, 교각 균열 같은 문제가 쌓입니다. 실제로 서소문 고가도로 역시 2019년 박락사고 이후 안전등급이 최하위 수준인 D등급으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콘크리트 탈락 사고가 반복됐습니다. 계속 보수하며 쓰자니 돈이 들고, 철거하자니 이번처럼 공사 위험이 따릅니다. 그렇다고 도심 한복판에 낡은 구조물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도 큰 부담이죠.

# 도로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설까요?
흥미로운 건 땅을 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도로가 곧 발전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걷기 좋은 거리, 활기찬 상권, 공원과 광장, 물가 공간이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청계천입니다. 청계고가도로를 걷어낸 자리에 하천을 복원하자, 죽어 있던 공간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시의 자산으로 되살아났죠. 고가도로 철거는 단순히 도로 하나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아래 잠들어 있던 공간의 가치를 깨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이유는 도시의 방향성입니다. 고가도로는 대개 "도심을 빠르게 통과하는 차"를 위한 시설입니다. 그런데 요즘 도시 정책은 통과하는 차보다, 그 안에서 걷고 일하고 소비하며 머무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가려면 자동차 통과도로를 줄여나가는 흐름이 자연스러운 셈이죠.

# 결국 차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예전 도시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차를 어떻게 빨리 보낼까?" 지금 도시는 질문을 바꿨습니다. "사람이 여기서 살 만한가?"
고가도로 철거는 그 질문의 변화가 콘크리트로 드러난 결과입니다. 다만 이번 서소문 사고가 보여주듯, 철거 과정 자체도 결코 간단하거나 안전한 일이 아닙니다. 노후 구조물을 안전하게 걷어내는 일은 새 도로를 짓는 것만큼이나 정교한 기술과 신중함을 필요로 합니다. 더 사람 중심의 도시로 나아가려는 과정에서, 그 길을 만드는 노동자분들의 안전 또한 결코 가볍게 여겨져선 안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이번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으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다치신 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런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도로와 안전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운전대를 잡으실 때, 머리 위 고가도로를 한 번쯤 다시 보게 되실지도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ABC 타이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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